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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식 토론 규칙

왜 토론을 해야하는가?

by 웰띵커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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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보통 좁힐 수 없는 의견을 가진 양 측의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논쟁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종종 소리 지르고 싸우거나 서로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는 말을 주고받는 것을 함께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어떤 규칙을 가지고 토론을 하나의 도구로 발언권을 주고받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서로 대립 구도에서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규칙에 따라 토론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배우곤 한다.

개인적으로 학생들과 토론 수업을 하면 할수록 이것은 매우 중요한 "도구"이자 "태도"를 익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토론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굉장히 다양한데, 그 중에 지금 생각이나는 것들을 손을 꼽아 보자면 이렇다.

1. 생각 정리 능력
누구든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제 3자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토론 수업은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게 훈련시키기 때문에 어떤 맥락으로 스피치를 시작할지,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전달할지, 어떤 내용을 먼저 언급하고 나중에 언급할지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노트에 간단하게 써 내려가며 내용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보통 아시아의회식토론은 준비 시간이 30분으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전체 스크립트를 다 써 내려가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이야기들을 빠트리지 않고 할 것인지 간략하게 순서대로 정리해두게 된다. 이때 어떤 학생들은 1,2,3 등 설명할 순서대로 정리를 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마인드맵처럼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어떤 경로로든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논리 정연하게 정리를 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2. 발표력
의회식 토론은 기본적으로 발표자가 마치 한 나라의 대표, 또는 한 조직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발표를 하게 한다. MUN과 마찬가지로 모의 의회식 토론을 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아이들이나 또는 토론을 참여하는 성인들이 신뢰가 갈만한 "대변인"처럼 연설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더 많은 토론 경기를 하면 할수록, 신뢰를 얻기 위한 목소리 톤, 아이컨택, 제스처 등을 배우게 되기 때문에 토론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public speaking에 조금 더 잘 준비가 되어가도록 돕는다.

3. 청취력
토론 경기는 우리 의견이 무조건 더 좋다고 일방적으로 우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심사위원이 각 측의 의견을 다 받아 적으며 듣고 나중에 그 논리의 우위를 비교하고, 주고받았던 의견들을 다 살펴보기 때문에, 토론 참여자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그래서 더 실력이 있고 설득력있는 토론자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며 그들의 주장 의도, 세부사항, 토론 주제에 취하는 스탠스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비교/대조를 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의 취약점들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의회식 토론은 모든 토론 참여자가 공평하게 발언 시간을 갖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자르거나 무시해버릴 수 없다. 오히려 정말 상대방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끝까지 듣고 이해해야 토론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ㅜ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훈련을 거듭 진행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거나, 놓쳤던 그림들을 보기도 하고, 토론이 끝난 이후에 반대 측 의견 중 좋았던 내용들은 스스로 기억해 자신의 자산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4. 공감 능력
의회식 토론은 국민의 대변인, 혹은 소속 당의 대변인으로써 제 3자를 설득해야 한다는 설정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 일반적인 대중에게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참여한다. 그래서 그 주장이 너무 비인간적이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삼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이해한다.

그래서 설득력있는 주장을 만드는 과정에 "청취자, 혹은 제삼자가 이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한다.
특별히 토론 주제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그들에 대한 입장과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좋은 주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토론에 참여하는 연사들이 다양한 계층과 입장의 사람들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감이 될 만한 연설을 만들게 된다.

5. 팀워크
이 부분은 링컨 더글라스 형식처럼 1:1 토론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이 되지 않겠다. 그러나 일반적인 의회식 토론들은 2~5명이 한 팀을 이루어 토론 경기를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토론 참여자들은 팀원들과 의견을 좁히고,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의견들을 서로 다듬어가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배운다.
아무리 팀원들끼리 주어진 시간 동안 케이스를 짜고 발표 내용을 상의해도, 똑같은 내용이 "아" 다르고 "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특히 똑같이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주장에 대해서 팀원이 막상 발표할 때 예상했던 의견과 너무 다르게 설명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돌발 질문에 우리 팀 케이스를 무너뜨려버리는 경우에는 당황스럽고 원망스러울 수 있다.
또는 반대로, 너무 실력이 좋은 팀원과 함께 케이스를 짜는 경우 각자가 이슈를 이해하는 속도와 발표력 등의 차이로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안 좋은 결과가 있을 때 위축될 수 있다.
어떤 경우이든간에 함께 팀을 이루어 경기를 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서로를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 각자 성장하고 또 실력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겠지만, 이건 어떤 스포츠를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6. 논리력
어떻게보면 가장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의 성향과 성장 속도에 따라 가장 더디게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또 토론을 통해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방법에 노출이 되면 꼭 토론 수업이나 과정을 떠나서 실생활과 업무에도 꾸준히 적용해볼 수 있는 사고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립식 토론 자체가 서로 섞일 수 없는 의견을 바탕으로 논리 우위를 따지게 하기때문에 토론 참여자는 "왜 우리 주장이 상대적으로 더 설득력이 있는지", "어떻게 이 특정한 이해관계자가 더 도움이 필요한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 사안인지" 등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해보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심사위원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자신의 논리를 다듬고, 발전시키고, 또 구체화하기 때문에 조금 더 논리정연한 생각과 설명을 하는 실력을 키우게 된다.

7. 다양한 이슈에 대한 관심
토론 활동에 참여하며 스스로 가시적인 결과를 보고 성장의 재미를 맛보게 되면 자동적으로 발달이 되는 생각 회로가 있다. 뭔가 토론에 활용할 수 있어 보이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슈, 흥미로운 정보들을 접했을 때 자동적으로 '어? 이거는 나중에 토론 연설할 때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저장하는 것.
이런 생각회로가 만들어지면 책이나 시사이슈 등에 대해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다거나 스스로 궁금한 부분들을 찾아보는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다.
토론을 배우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너무 좋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참여자가 토론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 그것을 이끌어주는 코치나 선배, 그리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고 성장하는 구성원들의 문화와 마인드도 매우 중요하다.

8. 비판적 사고 능력
다양한 주제들과 논거들을 바탕으로 논거를 만들어보면, 제 3자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있는 주장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사고 능력이 길러진다. 과연 내가 생각하는 이 아이디어가 남들에게도 납득이 될 만한 근거인지? 상대방이 나의 의견을 듣고 발견할 논리적 오류는 없는지? 등을 꾸준히 생각하다보면, 스스로 더 좋은 사고를 하는 힘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논거를 들으면서 반박을 생각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자연스레 상대방의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보게 된다. 이렇듯, 토론은 비판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과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더 타당한 근거를 찾도록 노력하게 하고, 추후 토론 경기 밖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때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믿을만한 정보를 판가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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